박성응 — The Derailer

왜 탈선하는가

세상은 탈선을 사고라고 부른다. 하지만 철도엔 열차를 일부러 탈선시키는 장치가 있다 — 위험한 선로로 들어서기 전에 더 큰 사고를 막으려고. 그게 탈선기(derailer)다. 나는 그 장치다.

나는 원래 과학을 좋아하던 이과였다. 그림 좀 그린다는 이유로 미술 선생님이 먼저 손을 내밀었고, 나는 첫 번째 선로를 갈아탔다. 서울예대 실내디자인과. 여기서부터 패턴은 늘 같았다. 딛고 선 땅이 무너지면, 남보다 먼저 내린다.

무너진 선로들

그리고 AI

GPT가 나왔을 때, 똑똑한 명문대 출신들은 "별로네, 내가 쓰는 게 낫다"며 팔짱을 꼈다. 지킬 간판이 단단할수록 새 문은 안 보인다. 나는 잃을 간판이 없어서 먼저 집어 들었다. 어느새 사람들에게 AI를 번역해주는 사람이 되어 있었고, 지금은 한국GPT협회에서 AI 컨설팅과 교육을 한다.

그래서 지금

나는 먼저 탈선해봐서 출구가 어디인지 안다. 거칠게 말한다. 비유로 후려친다. 정제하지 않아서 더 꽂힌다. 단, 그 밑엔 안타까움이 있다 — 절벽으로 가는 선로를 빤히 보면서 모른 척을 못 하는 거다.

나는 당신을 끌어내리지 않는다. 흔들어서 보여줄 뿐이다. 내릴지는 당신 몫이다.

— 박성응, The Derailer